신형 생활관과 구형 생활관, 대다수 군필자와 현역 장병들이 군생활이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릴 주무대입니다.
마음만 같아서는 군부대 전체를 뚝딱 해버리고 싶었습니다만, 혹여 수요 없는 공급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어
먼저 생활관부터 여러분께 선보입니다.
신형 생활관(침대형)
2000년대 초반부터 전방부대부터 슬금슬금 채택되기 시작하다가, 2019년 현재 시점을 기준으론 이제 대다수의 부대 생활관이 침대형 생활관입니다.
TV장 밑 수납장에는 구두약이나 진중문고 같은 게 쌓여있습니다. 구두약은 개인당 지급되는 보급품이면서도 빨리빨리 소모되지 않는 물건이기 때문에 보통은 어딘가에 점점 쌓이기 마련이죠. 게다가 구두솔 손잡이에도 딱 맞는 사이즈라, 구두약은 솔에 끼워둬야 제맛입니다. 뒤로 라디에이터도 보입니다. 저는 이게 난방기구인줄 군생활하면서 처음 알았어요. 배관이 잘 터져서 물도 자주 새고, 난방효율도 영 별로였던 기억이 나네요.
빨래건조대와 빨래바구니도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알고 지내는 작가님께 보여드렸더니 저 줄무늬 베개피에서 특히 군생활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하시더군요.
침대는 튼튼한 철제 프레임으로 되어있는데, 이 프레임을 2층으로 쌓아올려 2층침대로도 활용할 수 있게끔 되어있습니다. 침대 매트리스는 별거 아닌 군용 싸구려 3단 접이식 매트에 모포 한 장 덮어둔 게 고작이라 그렇게 푹신하지는 않죠.
총기보관함은 부대에 따라 생활관에 두는 곳도 있고, 제대별 행정반에 두는 곳도 있습니다.
전투화, 활동화, 영내화(슬리퍼)가 순서대로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특히 슬리퍼, 정말 써본 사람만 아는 내구성 끝판왕이죠. 저는 집에 가져와서 베란다에 내다 놓고 아직도 쓰고 있어요.
전투화는 등산화 제조업체 트○스타에서 생산하는 신형 전투화를 모델로 했습니다. 신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디자인이 바뀌면서 1세대, 2세대… 같은 구분이 있지만, 그걸 하나하나 다 구분하기에는 힘들고 번거롭기에 그냥 딱 보면 신형인지만 알아볼 수 있는 정도로 구현했습니다.
관물대 상단에는 군장 및 장구류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침낭, 전투용 배낭(흔히 이걸 군장이라고 부르지만)이 최상단에 있죠. 예비 전투화 한켤레와 반합은 별 일 없으면 군장에 싸두기 때문에 배낭 주머니가 불룩한 모습입니다. 그 아래로 수통, 방탄헬멧, 방독면 주머니가 있습니다. 장구류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쪽 팔을 접어올린 전투복이 걸려있는 모습입니다. 부대마크 벨크로가 바깥쪽으로 보이도록 걸어야 한다느니, 태극기가 보여야 한다느니, 기타 등등, 팔 접어 올리는 건 같아도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걸어두냐는 방식은 부대마다 조금씩 사정이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좌우 구분 없이 부대마크나 태극기는 생략하고 작업했습니다.
베레모 또한 부대마다 거치하는 방법이 다른 듯하지만, 제가 있던 부대에서는 육군 활동모 위에 베레모를 걸쳐놓는 식으로 두었기에 그리 재현했습니다.
방탄헬멧, 수통, 방독면 주머니와 반합입니다. 수통피 뒤에는 결속을 위한 아이언 클립까지 달려있습니다.
구형 생활관(침상형)
전체적인 컬러링이 신형 생활관과 시간적 격차를 두고 설정되어있습니다. 옛날에는 수건도 하늘색이었고 영내화(슬리퍼)는 검은색, 줄무늬 아닌 민무늬 베개피, 활동화도 알록달록한 요즘과 달리 흰색 계열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 외에 커튼도 신형 생활관과 인상에 차이를 두기 위해 회색 커튼을 달았습니다.
구형 전투화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서 봉합식, 사출식, 접착식… 같은 구분이 있지만, 그걸 구분하면서 만들자니 힘들어서 그냥 딱 보면 이것은 구형이라는 것만 알아볼 수 있는 정도에서 각 세대별 특징을 뭉뚱그려 만들었습니다.
빗자루를 기대어놓은 철제 보관함이 구형 총기함입니다. 10정, 14정, 18정을 보관할 수 있는 모델이 각각 있는데, 여기서는 생활관 인원수에 맞추어 18정용 모델이 배치되어있습니다.
침상 위에 좌탁이 놓여있는데, 뒤의 관물대를 보시면 옷걸이칸 밑에 접이식 좌탁을 격납하는 칸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의 훈련소에서도 그렇고 영화 등 미디어에서도 여러 디자인의 좌탁을 쓰는 걸 봤는데, 딱히 군용 규격화된 물자는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저 칸에 들어가는 사이즈면 아무거나 가져다 쓰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반합은 구형 반합입니다. 신형 반합과 달리 뚜껑은 따로 손잡이도 없으며 몸통에 달린 손잡이는 돌릴 수만 있고 접어넣을 수가 없습니다. 바깥쪽의 색깔도 신형 반합보다 약간 더 짙습니다.
이동로 끝에 TV를 두는 경우도 많았다는 건 알지만 신형 생활관과의 느낌 차이를 주기 위해서 TV는 일부러 여기에 배치했습니다. 박카스 내무반 광고 등 TV를 침상 위에 뒀던 경우도 보이기는 해서요. 그 옆에 카세트 라디오도 보입니다.
카세트 테이프, 사실 부대에서 카세트를 듣던 시절은 90년대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할 정도로 꽤 과거였던 것 같습니다만, 역시 신막사와의 시대적 거리감을 주기 위한 소재로서 선택됐습니다. 옆에는 접이식 바둑판도 보입니다. 펴서 뒤집으면 장기판이 나오죠.
관물대 앞으로 와이어 빨랫줄이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빨래를 널다보면 점점 늘어져서 와이어를 주기적으로 조여줘야 하죠. 이 빨랫줄은 없는 생활관도 있지만 부대 재량(주로 행보관의 재량)에 따라 설치해서 사용하는 부대도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당장 저도 훈련소 생활을 하면서는 빨랫줄이 있었던 생활관을 사용했고, 인터넷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옛 병영시설 사진에서도 빨랫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이버지식정보방(사지방)
군용 PC방이라 할 수 있는 사이버지식정보방입니다. 답답한 군생활 속에서 간단한 웹서핑과 SNS 등을 이용하려고 대기열이 길게 섰던 곳인데 요즘에는 병사의 개인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면서 예전의 명성이 무색하리만치 인기가 떨어졌다고 하죠.
사지방 PC의 대수는 어디서 듣기론 병력 10명당 PC 1대 꼴로 배정된다고 들었습니다. 뒷쪽에 고장이라고 적힌 A4용지가 붙어있는 자리가 보이시나요? 사지방 컴퓨터는 자기 집 컴퓨터가 아니라고 막 써서 그러는 건지 항상 몇자리는 자주 고장나있곤 했죠.
잘 보일 일은 없겠지만 본체 뒷면과 케이블 묘사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각 케이블별로 4번씩 4종을 작업하여 섞어놓아서 딱 보자마자 케이블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드는 일은 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